아는것이 힘! 박스 개봉한 전자제품 교환기아는것이 힘! 박스 개봉한 전자제품 교환기

Posted at 2010. 10. 1. 08:20 | Posted in 악동's 좌충우돌 일기장
얼마전 부모님께서 백두산 천지에 다녀오셨다.
오랫동안 미뤄졌던 여행인지라 기대를 많이 하셨는데.. 카메라때문에 문제가 있었나보다.

가져가셨던 카메라는 2003년 사은품으로 받은 올림푸스 뮤.
사진찍기에 큰 취미가 없는 우리 가족은 그동안 별 문제의식없이 이 디카만 사용해왔다.
어차피 1년에 한두번 있을 여행지 추억담기에만 사용되니..
하지만 기계다루기에 약하신 아버지, 어머니께서
두세장 찍자 용량없다고 촬영을 거부하는 디카를 달래주지 못했고
결국 남은 추억들은 핸드폰 카메라에 담아오셨다.
화가 잔뜩나신 아버지께서 특명을 내리셨다. 쌈빡한 디카 하나 사다 바치라는....

사실 이건 메모리를 비워주지 못한 우리 자식들 잘못,
추가메모리를 가져가시려는 엄마를 쓸데없다며 말린 동생의 잘못이 크지만
무엇보다 아버지께선 다른사람들의 최신디카에 비해 후달리는 우리 디카가 싫으셨던 모양이다.

아무튼, 이렇게 해서 새 디카를 장만하기 위해 인터넷을 뒤졌다.
많은 사람들이 삼성 PL시리즈, 캐논 익서스 시리즈, 후지 F80EXR 등을 추천했다.
하지만 내눈에 들어온건 이번에 발표된 신형인 소니의 WX5.
스펙자제도 나쁘지 않은데다 디자인까지 완전 간지.
TX9도 괜찮았지만 터치스크린은 부모님께서 사용하기 번거로우실것 같아 포기했다.
바로 최저가쇼핑몰을 찾아 구매했고 이틀뒤 물건이 도착했다.


그.런.데.
갑자기 걸려온 어머니의 다급한 전화.
"아들~ 색깔이 잘못온거 같다~ 바이올렛이 왔어."
헐..................
업체가 잘못 보냈겠지 하고 확인해 봤으나.. 내가 잘못 주문한 거였다.
색상선택과정에서 '브라운'이 아닌 '바이올렛'을 골라버린 것이었다.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실수를 탓하며 당장 교환을 시도했다.
일단 부모님께 만지지 말고 박스 그대로 보관해 놓으시라 일러두고 소비자보호원에 전화를 걸었다.
간단한 상담 결과 박스를 개봉했더라도 사용을 하지 않았다면 교환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얻었다.
마음 단단히 먹고 업체측에 전화를 걸었다.

색상선택을 잘못한 내 잘못을 인정하고 정중히 교환을 요구했지만
박스개봉시 재판매가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교환을 거부했다.
'그래 너 잘걸렸다.'
인터넷쇼핑몰 운영하시는분이 뭘 모르시나본데요
전자상거래법상 상품수령 14일 이내엔 단순변심으로도 교환/환불을 요구할 수 있구요,
박스개봉을 했더라도 사용하지만 않으면 교환/환불이 가능하게 되어있어요.
라고 들이댔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상대방이 잠시만 기다리라 그러더니 옆사람에게 묻는다.
"아까 그사람인데, 전자상거래법 어쩌고 하면서 바꿔달라는데 어쩌지?"
대답은 잘 들리지 않았지만 뭐 대충 '그냥 안된다고 해'라고 하는듯 했다.
결국 판매자는 똑같은 소리만 되풀이했고 이대로는 결론이 안나겠다 싶어 다시 자세히 알아보고 전화주겠다고 하고 끊었다.

일단 네이버에 검색을 해봤다.
최근내용은 없었으나 2005~2008년까지의 자료를 보면 당연히 교환/환불을 해주게 되어있다.
박스개봉이 문제가 되는 제품은 화장품같은, 개봉시 상품가치가 현저히 하락하는 품목으로 제한되어 있다. 화장품 뚜껑연거랑 디카 박스 개봉이랑은 엄연히 다른 문제다.
다시 소비자보호원에 도움을 청했다.
"판매자측에서 박스개봉을 했다면서 교환을 계속 거부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죠?ㅜㅠ"
일단 직접 전화해 보겠다며 11번가와 판매자측 전화번호를 알아가셨다.
음, 믿음직스럽다!!ㅋㅋ
잠시후 전화가 왔다.
"업체측은 추석연휴라 쉬는지 연락이 안되구요, 11번가측에서 중재해주기로 했는데 일단 소비자가 직접 신고접수를 해달라고 하네요. 전화해서 접수하시면 될것 같아요."
멋지다. 감동의 소비자보호원!ㅋㅋ
아마도 소비자보호원측에서 직접 전화를 하니 11번가도 당황한것 같다.
그 후 11번가와의 짜증나는 세번의 통화끝에 접수를 완료했고
다음날 11번가 마이페이지에는 해당상품이 교환신청이 되어있었고
해당주소로 택배비 포함해서 보내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며칠전 발송했으니 아마 오늘이나 담주초쯤에 물건이 오지 않을까 싶다.

이번일을 겪으면서 소비자는 약자라는 사실을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아무리 14일 이내 교환/환불이 정당하다 하더라도 정작 이 날짜를 넘겨버리면 방법이 없다.
업체측에서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시간을 보내고 있을때
업체만 믿고 손놓고 있다가는 소비자도 당하게 되는 것이다.
소보원 상담원의 이야기에 따르면
7일(? 난 14일로 알고 있었는데 법이 바뀌었나 보다..ㅡㅡ;) 이내에 교환/환불 신청을 해야하고 카드결제를 했을경우엔 카드사에 전화해서 지급정지 신청도 해놔야 하고 오픈마켓을 이용했을 경우 해당 오픈마켓과도 상담을 하는등 소비자가 해야할 일이 엄청 많았다.
게다가 나또한 이번에 교환과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계속 지연되자
참다못한 아버지께서 안된다는걸 왜그렇게 붙잡고 늘어지냐고,
그러게 처음에 주문할때 신중하게 했어야지 하시며
마치 나를 본인이 한 실수를 인정하지 못하고 괜한 업체측에 책임을 떠넘기려는 파렴치한 놈으로 몰아가셨고..ㅡㅡ^
그런 소리까지 듣고나자 나도 이게 뭔짓이야 하면서 포기할 생각까지 했었다.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해놓은 전자상거래법의 자세한 내용을 모르는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아버지와 같은 생각을 할게 뻔하다. 업체측은 잘못이 없다고 말이다.
결국 업체측이 이런점을 악용해 교환/환불을 무조건 거부하는 사례도 많으며
이핑계 저핑계 대면서 시간을 끌경우 제풀에 지쳐 포기하는 소비자도 많을것이다.
(실제로 제품설명 하단에 교환/환불이 불가능하다는 문구를 써놓는 판매자들도 많은데 이런 문구 자체는 법적으로 아무런 효력이 없다고 한다. 오히려 이와 관련해 소비자의 정당한 교환/환불 행위를 방해한다는 이유로 시정명령도 내려졌다고 한다.)

요즘같이 인터넷 쇼핑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시대에
모든 소비자들이 소비자로서의 권리를 정확히 알고, 소비자의 무지를 악용하는 업체들의 횡포에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물론, 이를 악용하는 소비자또한 없어야 겠지만..^^;

p.s. 교환과정에 많은 도움을 주신 한국소비자보호원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